철수 아버지가 철수에게 말합니다.

"요즘 우리 철수는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야?"

철수가 대답합니다.

"반 친구 하나가 얼마전에 에버랜드에 다녀왔다 하던데 너무 재미있었대요.

거기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그러자 철수 아버지가 말합니다.

"이번 중간고사 평균 점수가 90점이 넘으면 가 보자.

우리 아들 잘 할 수 있지?"

철수가 대답합니다.

"90점 넘으면 가는 거죠? 꼭 가는 거예요. 열심히 할게요!!!"

 

한 편 옆집 영희와 영희 아버지 간에도 비슷한 듯 조금 다른 듯 그런 대화가 오고 갑니다.

"요즘 우리 영희는 제일 하기 싫은 게 뭐야?"

영희가 대답합니다.

"요즘 살이 너무 쪄서 빼긴 빼야 하는데

운동하는 게 너무 싫어요."

그러자 영희 아버지가 말합니다.

"영희야. 이번 중간고사 평균 점수가 90점을 못 넘으면

아빠랑 같이 지리산에 가는 거다. 알겠지?"

영희가 대답합니다.

"아빠!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에요? 거길 어떻게 올라가요?"

 

철수 아버지와 영희 아버지.

두 사람 모두는 각각 자신의 아들 그리고 딸에게

사실 똑같은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중간고사 평균 점수 90점 이상 넘겨야 한다'

하지만 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활용한 설득의 방식은 상반됩니다.

 

철수 아버지는 '90점 넘기면' '원하는 걸 해주겠다'.

영희 아버지는 '90점 못 넘기면' '싫어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타인을 설득할 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접근동기'의 방식

그리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회피동기'의 방식이라 합니다.

과연 어떤 방식이 더 효과가 있을까요?

 

수많은 학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

'전자의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또는 후자의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근래에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와 비슷한 명제들이 우세를 점하면서

전자의 방식이 후자의 방식보다 좀 더 설득력을 얻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 그때그때 다릅니다.

상황에 따라서 전자의 방식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고

또 다른 상황에선 후자의 방식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연구 끝에

하나의 결론을 얻게 됩니다.

'기준은 시간이다'

 

즉,

이루어내야 할 목표가 시간적으로 가까이에 있다면

'회피동기'의 방식이 좀 더 효과적이고

이루어내야 할 목표가 시간적으로 멀리 있다면

'접근동기'의 방식이 좀 더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라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라고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처리에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면

'이 일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좋습니다'라고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법칙은 직장에서 상관과 부하직원을 대할 때도 적용 가능합니다.

상대적으로 나보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은 상관은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부하직원은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나를 기준으로

상관은 대부분의 일을 '당장 처리해야 할' 급한 일로 생각하고,

부하직원은 대부분의 일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먼 훗날의 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상관을 설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부정적 결과를 얻게 됩니다'

부하직원을 설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여유를 가지되 꼭 처리는 해야 돼. 그래야 모두에게 좋아.'

라는 형태로 설득을 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보통 대부분은

상관을 대할 때 그리고 부하직원을 대할 때

오히려 반대의 방식으로 설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부터라도 그 방식을 바꿔보는 게 어떨지

제안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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