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지 15년.
대학생 시절 당시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이때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지금까지 연락을 나누는 친구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중 특별한 친구(가명 '김재식')가 하나 있다.
이 친구는 좀 싱거운 면이 있었다.
1년에 서너 번? 네다섯 번?
내게 뜬금없이 전화를 한다.
그 친구의 전화다.
"나다. 재식이."
난 습관처럼 대답한다.
"어! 그래. 재식아. 잘 지내지? 왠일이야?"
그러면 이 친구는 이렇게 대답한다.
"일은 무슨. 너 아직 천안에 있지?
나 출장 다녀오다 천안 근처 지나게 되었는데
그냥 생각이 나서 전화해봤어."
그러면 난 또다시 이렇게 대답한다.
"어. 그래. 나 아직 천안에 있지. 근데 무슨 일이야?"
그 친구의 대답은 정해져 있다.
"꼭 일이 있어야 전화하냐?
그냥 잘 지내나 싶어 전화해봤다."
그냥... 전화해봤다...
아무 이유 없이...
난 이렇게 대답한다.
"싱거운 건 여전하네.
그냥 전화를 다 하고.
나야 잘 지내지. 넌 어때?"
그 친구는 대답한다.
"나도 잘 지내지.
어째 얼굴 한 번 보기가 쉽지 않네.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보자."
그렇게 통화는 끝이 난다.
정말 특별할 게 하나 없는 통화다.
그런데 왜일까?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 이유 없이
어떤 목적도 없이
그저 안부를 묻기 위해서
그 친구가 내게 건 전화.
이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자주 있었던가?
얼마 뒤 동창회가 있었다.
정말 간만의 동창회였다.
많은 친구들이 모였다.
그 동창회에서 난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알게 된다.
김재식... 이 친구...
1년에 서너 번 또는 네다섯 번의 뜬금없는 전화...
내게만 한 게 아니라
그 동창회에 참여한 모든 친구들에게 그렇게 해왔던 것이었다.
무려 15년 동안!!!
또 하나의 사실.
그 동창회에 참여한 모든 친구들은
스스로가
김재식 이 친구와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늘 그래 왔던 것 같다.
각종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나 그리고 친구들은 이렇게 말을 했었다.
"재식이 가냐? 그럼 나도 갈게."
재식이가 사업으로 크게 돈을 번 것도 아니다.
남들이 우러러볼 만한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모든 친구들이
김재식 이 친구를 찾았다.
사업으로 크게 돈을 번 친구,
남들이 우러러 볼 만한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친구,
이 모두가
김재식 이 친구를 찾았다.
왠지 그의 미래가 상당히 밝아 보인다.
*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을 각색한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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